뮤지컬 <웃는 남자> -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
2020.01.09~2020.03.01,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공식 시놉시스
17세기 영국, 아이들을 납치해 기형적인 괴물로 만들어 귀족들의 놀잇감으로 팔던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기이하게 찢긴 입을 갖게 된 어린 그윈 플렌은 매서운 눈보라 속에 홀로 버려진다. 살을 에는 추위속을 헤메는 그윈 플렌은 얼어 죽은 여자의 품에 안겨 젖을 물고있는 아기 데아를 발견하고 우연히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를 만나 도움을 청한다. 우르수스는 평소 인간을 혐오하지만 두 아이를 거두기로 결심하고 그윈 플렌의 기형적인 미소와 눈먼 데아의 이야기를 이용해 유랑극단을 꾸린다. 어느덧 성장한 그윈플렌은 기이한 미소 덕분에 유럽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광대가 되고, 그의 공연을 본 앤 여왕의 이복동생 조시아나 공작부인은 그의 매력에 푹 빠져 버린다. 생애 처음으로 귀족인 조시아나에게 구애를 받은 그윈플렌은 고혹적인 그녀의 유혹에 순수했던 마음이 흔들리고, 우르수스와 데아는 그런 그윈플렌의 모습에 남몰래 가슴앓이 한다. 그러던 중 그윈플렌은 '눈물의 성'이라는 악명높은 고문소에 끌려가게 되는데, 생각지도 못한 그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며 간신히 평화를 찾았던 세 사람의 삶이 송두리 째 흔들린다.
(스포일러 한가득)
웃는 남자.. 박강현 배우를 처음 접하면서 참 많이도 본 '그 눈을 떠+웃는 남자' 영상의 그 극..! 19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뮤지컬과 박강현 배우에게 빠지면서 가장 궁금했던 극이었다. 19년 10월,11월부터 메가박스에서 감독판 실황을 상영했어서 처음 알게된 결말에 상당한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약간의 아쉬움과 궁금증이 몇가지 있었다. 그 때 내용을 메모로 써놓았던 부분을 그대로 써보자면....

2019. 11. 30 오전 2:19
내년 1월 재연한다는 기사와, 관계자 및 배우들이 인터뷰에서 모두 극의 흐름이 매끄러워지도록 씬이 바뀔거라고 해서 도대체 어땠나 싶었다. 확실히 오늘 본 초연 영상에서는 중간중간 '아 좀 뜬금없는데?', '너무 우연의 일치 아니야?' 싶은 게 있긴 했다..
첫번째가 눈물의 성으로 데려가는 그 사람 뭐였지.. 여튼 랜덤으로 끌려가는데 그게 크랜찰리를 찾기 위한 건가...? 끌고가보고 크랜찰리가 아니거나, 전혀 모르면 죽여버리는 거고...?? 쫌 그래..
두번째는.. 앤 여왕이 왜 조시아나와 크랜찰리를 결혼시키려고 하는 건지.. 넘버가 몇개 생략되서 그 중간이 없어진 건가..? 그냥 조시아나가 미워서 엿맥이려고 그런 건가?
세번째.. 아니 분명 극단들은 화목해보였는데...... 하필 그윈플렌이 조시아나에게 다녀오고, 홀로 밖에서 독백하는 그 사이에 모어 경이 데아에게 깽판치는데.. 그러고 돌아온 그윈플렌이랑 우르수스가 갑자기 그렇게 싸우고 그런다고요??? 그러고 눈물의 성에 끌려가????? 뭐 그윈플렌과 우르수스의 가치관 차이는 뭐가 생략되서 안 보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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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아직도 궁금하다 ㅎ; 두번째는 아마 내가 조시아나가 앤의 배다른 자매임을 몰라서 그랬던 것 같다. 세번째는 '행복할 권리' 넘버를 잘 들어보면 알았을 텐데, 영화에서 안 나왔나.. 왜.. 왜 몰랐을까..?ㅋㅋㅋㅋㅋ 바보인가...?
아무튼 진짜 관극 후기


그윈플렌 役 박강현
우르수스 役 양준모
조시아나 여공작 役 김소향
데아 役 강혜인
데이빗 더리모어 役 최성원
페드로 役 이상준
앤 여왕 役 김경선
정말 알짜배기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경아 데아가 오지 않았다는 것과.... 신시아나를 못 봤다는 거...
1. 무대
- 콤프라치코스..! 배가 3등분 되는거 되게 신기하게 지켜봤다ㅋㅋㅋㅋ 무대효과.. 장난 아니였다.. 우르릉쾅쾅..!
- 어린 그윈플렌이 숲을 헤맬 때.. 앙상블들이 하얀 천으로 팔락팔락하며 그윈플렌을 감싸는게 선이 정말 아름다웠다
- 데아를 안고... 사라지는 그윈플렌 뒤로.... 오로라와.. 별빛들... 그리고 크게 반짝이는 별 하나.. 데아야...! !!!!! ㅜㅜ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우르수스.... 롬곡 좔좔좔좔........... 근데 넘 예뻐.....
- 영화로 개봉했던 것보다 넘버가 조금 다채로워졌었다. 나무 위의 천사도 약간 중간에 변조가 생기면서 좀 더 산뜻해지고, 톰 짐 잭과 싸우는 장면에서는 웃는 남자 넘버가 섞여들어간 것 같았다.
- 근데 대체로 템포가 너무 급한 느낌이 있었다.... 내가 영화로 봤을 때랑, 유튜브에서 프레스콜 봤던 걸로는 Can it be 넘버에서 "빛을 잃어버린 내 운명에.. 행복할 기회가 내 삶에도 있을까.."는 약간 우리가 머리가 복잡할 때 담배물고 하나 후~ (한 2초) 들이쉬고 후~ (한 5초) 내뱉는 느낌의 독백과 심란함이였는데, 쫌.. 급해서 '아 씨 나는 왜 기회가 없는 거야!' 느낌이었달까... 또 뭐냐.. 넌 내 삶의 전부 넘버에서도.. "왜 널 혼자 두고 갔을까, 다 내 잘못이야 날 탓해", 18년도에는 차분해서 사과의 느낌이 낭낭햇는데......... 너무 급하니까 후다닥 뛰어와서 숨고르면서 '헉헉, 미안해, 하, 정말 두고가서 늦게 와서 미안해' 느낌... 나만의 해석이... 음악감독님과 안 맞았던 거겠지 뭐.. ㅠㅠ
2. 깡윈플렌
본인피셜 내성적이라는 사람이.. 무대에만 있으면 정말 다른 사람 같다.. (근데 머 유튜브 예능이나 그런거 보면 내성적 아닌 거 가튼대요...ㅋㅋㅋㅋㅋ 암튼;;) 나무 위의 천사, 내 삶의 전부 부를 때는 진짜 데아를 소중히.. 극진히 대하고.. 온 몸과 마음으로 사랑하는게 보이는데, 그 눈을 떠-웃는 남자에서는 아.. 진짜 미쳤다..는 생각 밖에.. 한 나이 마흔 쯤 되면 지킬앤하이드 하지 않을까..?
내 모습을 모른 채 날 사랑하는 데아만을 알고 살다가, (괴짜스럽지만)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해주는 조시아나를 만나서 약간 뭐랄까.. 인간의 원초적인 사랑받고 싶은, 행복하고 싶은 욕구?를 깨닫는 모습이 can it be였던 것 같다. 참 잘 만들어진 삼각(?)관계인 것 같다...
그리고 그윈플렌..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라고 약간 모순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정작 본인이 귀족이 되어서는 잠시 들떴다가도 두고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망설이는 모습에서..? 뭐 이건 나라도.. 아니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다 동감할 것 같다.. 지금도 (나름) 행복하지만 돈이 아주 많으면 아주 좋지.. 하지만 결국 내가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는 썩어버린 현실을 알고 다 포기한 채, 본인의 진정한 가치.. 사랑을 찾아갔을 땐.. 많이 늦었지.. 우음 그래..ㅠ
3. 혜인데아
우리 데아 소중해.. 자다 일어나서 그윈플렌 찾는데.. 아니 그냥 부르고 있는데 왜 그게 눈물이 날 뻔 했는지 나는 모르겠다... ㅋㅋㅋㅋㅋ 우르수스에게 소중하게 안겨서 꼬물꼬물 잠드는 것도, 강물에 발 찰팍찰팍 춤추는 것도 귀엽고 소중하다고.. 아 그리고 눈이 안 보이는 연기가 얼마나 어려울 지.. 일부러 초점 없이 상대 쳐다보지 않고 연기하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4. 우르수스 (스포일러 많음, 못 참는 분은 넘어가시기)
솔직히 이 작품 통틀어서 제일 안쓰러운 역할이 우르수스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윈플렌과 데아를 거둬서 예쁘게 키워줬고, 서로 없이 못 살고 소중한 전부인 그 둘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마음... 보면서 아빠 생각도 나고... 그런 아들놈이 데아 못 챙긴 그 땐 솔직히 괘씸하긴 했겠지?
제일 가슴 먹먹한 부분은 마지막이다.. 죽은 줄 알았던 아들놈도 돌아오고, 데아도 깨어나는 기적적인 순간... 갑자기 데아 눈에 초점이 돌아오는데, 그때 딱 두 가지 생각을 했다. 헉 설마 죽는 건가? 아니면 눈이 보이는 건가?, 근데 응 아니.. 둘 다 였다니.. "빛이 보여...." 그리고 평생 사랑한 그윈플렌 얼굴을 마주하고.. 어루만지고.. 찾아오는 정적.. 지금 생각해도 찡하다..
함께 불렀던 내 삶의 전부 넘버를 혼자 부르면서, 데아를 안고 데아와 같은 곳으로 떠나는 뒷모습을 붙잡지도 못하고 끄덕이며 바라만 보는 우르수스..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를 모르겠더라.. 그래서 커튼콜 마지막에 우르수스/그윈플렌/데아 세 명의 뒷모습이 더 눈물나는게 아닐까....☆
원작 소설을 읽었었는데 뭐라 표현되있었더라.. 데아가 죽고 나서 그윈플렌이 사라졌는데... 우르수스의 개였나, 늑대같은 개였나, 늑대였나..가 그를 따라 갔고, 개가 짖고 있던 방향의 막다른 길에 그는 없었다.. (= 강에 투신했다..)
주절주절
마무리 어떻게 해야하지? ㅋㅋㅋ 거의 2년 전에 본 걸 지금 다시 떠올리려니 쉽지는 않다;; 2년 동안 참 많은 극을 봤는데.. (몇 개인지는 집가서 세봐야겠다) 웃는 남자처럼 이렇게 좀 생생히 기억나는 건 별로 없을 것 같긴 하다. 영화로 두 번, 예당 스트리밍으로 한 번, 공연을 두 번 봤는데 기억 안 나면 바보 아닌가 싶기도 함ㅎ 아무튼 여러 번 볼 때마다 눈물이 찔끔 나는건,, 나 뿐은 아닐 거야,, 올해 여름에 돌아온다는데 복습한 겸 쳐야지ㅎ 이번엔 어떻게 또 개연성을 살려서 올지, 박강현이 돌아올지(제일 중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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