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팬레터> - 뮤즈에게 보내는 편지
2021.12.10~2022.03.20, 코엑스 아티움
작품 개요
대한민국의 창작 뮤지컬, 2015 우수 크리에이터 발굴 지원 사업의 최우수 선정작
1930년대를 배경으로 천재 작가 '이상'과 '김유정', 그리고 경성 문인들의 모임인 '구인회'의 일화를 모티브로 하여 당시 문인들의 사랑과 예술을 그린 작품
공식 시놉시스
“안녕. 나의 빛, 나의 악몽”
1930년대 경성. 카페에서 쉬던 세훈은 히카루라는 죽은 작가의 마지막 소설이 출간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녀의 진짜 정체까지 밝혀진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세훈은 유치장에 갇혀 있는 소설가, 이윤을 찾아가 유고집의 출간을 중지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이윤은 출간을 중지해야 할 정확한 이유를 밝히라며, 소설가 김해진이 그녀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까지 꺼내 자랑한다. 세훈은 결국 히카루에 대한 숨겨왔던 이야기를 꺼내는데...
(오늘도 스포 낭낭)
팬레터.. 늘 궁금했던 극 중 하나였다. 유튜브 프리미엄이 만들어주는 ‘당신을 위한 endless playlist’에 종종 팬레터 넘버가 있었고 듣기 편했다는 기억이 있어서 그랬다. 그냥 유튜브로 음악 듣고만 살아서 아하 이게 팬레터라는 뮤지컬 넘버구나, 하고 멜로디와 가사 정도만 흥얼거릴 수 있는 정도였다. 딱 그냥 전주 시작되면 흥얼거릴 수 있는 것/아무 때나 떠올릴 수 있는 건 이 정도?
1. 때로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 괜찮아~
2.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어 (나 이거 소리만 듣고 남-남 커플인 줄 알았음)
3. 결국 우리들은 사랑의 모든 형태에 탐닉했으며, 사랑이 베풀어 줄 수 있는 모든 희열을 맛보았노라
4. 편지의 주인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크.. 달달한 것들 보소 ㅜㅜ 낭만 그 자체 아닌가 싶다.. 근데 진짜로 ‘팬레터’라는 키워드랑 내가 기억하는 저 4가지(나의 덕질로 인한 팬레터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 큰 것 같다) 때문에 가벼운 극이라 예상한 것도 있었다.
아무튼, 19-20 시즌엔 그냥 지나쳤던 팬레터를 경제적 여유가 생긴 지금에서야 볼까?고민하고 설 연휴 할인 40%를 못 참고 전날 예매를 질렀다. (근데 할인된 40%중 20%는 택시비로 나감. 매우 억울. 할인 못 받았으면 더 억울했겠지..)

김해진 役 김경수
정세훈 役 려욱
히카루 役 소정화
이윤 役 이형훈
이태준 役 윤석현
김수남 役 이승현
김환태 役 김보현
티켓도 스페-셜 하고 밴드도 이름이 붙어있다니. 라이브구나!하고 굉장히 설렘.. 사실 아는 배우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었어서 (바보인듯ㅋㅋ) 왕년 아이돌 용안도 봐야지 하면서 고른 캐스팅이다. 진짜 넘버 멜로디 정도 알고 배경지식 하~~~~~나도 없는 상태로 갔어서, 저 프로필 의상 컨셉도 눈치 못 챘었다. 나눠주는 신문?을 받진 않았지만 매표소에 쌓여있는 걸 보고서 아 쫌 1900년대구나? 1차 눈치를 채고, 처음 넘버 가사에서 그제야 일제강점기라는걸 알 수 있었지…☆

<팬레터 줄거리 대충 요약> 세훈이 동경하는 해진에게 보낸 히카루 이름(세훈의 필명)의 편지, 그 편지에 큰 위로를 얻는 김해진
서로에게 편지를 주고받으며 큰 위로/동경을 키워나감
세훈이는 해진 선생님의 주변에서 지낼 수 있게 됨(성덕?)
해진이 편지의 주인을 편견없이 사랑하고 그에게 의지하는 모습에 세훈은 자신이 편지의 주인임을 밝힐 수 없다
결국 세훈이는 히카루라는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해진을 속이게 된다
히카루는 점점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해진 선생님을 몰아부치며 소설을 쓰게 되며 해진 또한 미쳐간다
결국 세훈은 자신의 또다른 자아 히카루를 죽이고 해진에게 히카루가 자신임을 고백한 후, 그를 떠나게 됨
해진의 죽음 그리고 해진의 마지막 편지를 읽는 세훈
후기
1. 인물 먼저 칠인회 분들… 정말 단정한 수트 핏에, 연기도 노래 스타일도 너무 내 취향과 잘 맞아서 하나도 안 거슬리게 관람할 수 있었고 그냥 천생 문인들로 느껴졌다… 순수하게 글을 정말 사랑하지만 또 각자 다른 성격과 개성이 뚜렷하게 표현되고 이해할 수 있었음. 대극장 주로 보러 다니다 보니, 돌고 도는 캐스팅에 권태를 느낀 적도 있어서(그만큼 믿고 볼 수 있긴 하지만.. 딜레마인듯) 신선함 또한 있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점잖은 샌님(ㅋㅋㅋㅋㅋ)같은 해진 선생님이 제일 눈에 밟히고… 반해버렸다…
메인 주인공이여서 더 돋보이기도 했겠지만.. 유난~~히도 젠틀한 모습과 “세훈아~ 원고지 좀 주겠니?”, “너도 글을 쓴다지?” 세상에 너무 달달해……. 그 순간 만큼은 내가 세훈 할래..비켜봐..
관극 후에 한 몇 주 동안 지금도 팬레터 영상 뒤져가며 보고 있는데, 내가 실제로 봐서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김경수 배우님이 제일 ‘김해진’ 그 자체같다.. 안경도 잘 어울리고 글밖에 모를 것 같은 젠틀한 외관까지👍 ‘해진의 편지’ 넘버는 나에게 김경수 배우님의 모습으로 깊이 각인되어서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히카루 역 소정화 배우님.. 와 정말 노래를 너무 잘 하시더라..
희게 빛나는 얼굴
또렷하고, 날카로운 눈매
까맣고 윤기 나는 단발 머리
조용하고 고집 있는 성격
이제 드디어 밖으로 나오게 된거야
차분하고 매력적인 여성
나를 믿고 나를 따라와, 날 봐
사랑스러운 여인이잖아
어느 때보다 자신이 넘쳐, 훨씬 더 능숙하게 이끌 수 있을 걸
아니 정말 넘버 제목 그대로 거짓말이 아니야.. 글자 그대로 이루어졌어.. 가상의 인물이 그대로인 느낌? 그보다 히카루가 나오는 넘버는 대체로 뭔가 박자도 자주 바뀌는 듯 하고, 주로 왈츠 느낌인데 히카루의 이미지를 정말 잘 보여주는 듯 하다.
사실 세훈과 히카루가 합을 맞추고 춤을 추는게 처음 거울 속의 나에서 시작할 땐 ‘와 정말 소름돋아…’ 싶었는데, 해진이 각혈할 때 우린 하나야, 너는 나없인 안돼-하는 쯤엔 너무 질질 끈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히카루의 죽음(?) 후에도 퇴장까지 정말 억만년이 걸린 듯 했다(..) 세훈이는 중간 중간 이윤과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세침떼기 같았다 ㅋㅋㅋㅋ 이젠 글도 안 써! 흥! 이런 느낌? 근데.. 그래도 좀 소름돋는달까? 칠인회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순수한 얼굴로 나/내 친구를 속여 몸과 마음의 병 모두 악화시키는 결과를 만든 사람... 선생님들이 그 내막을 얼마나 알 지는 모르겠으나(이 극의 구성이 이윤에게 모든 걸 털어놓는 세훈의 이야기? 회상?이니까 선생님들은 전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 사이에 다시 돌아가게 된 세훈이… 제일 힘든 건 본인이 되겠지 뭐… 해진 선생님은 “모든 것은 나로부터 비롯되었다”라고 했지만, 글쎄요.. 아무리 생각해도 콕 집어 누구를 탓 할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나는 세훈이 탓이 더 크다고 단호히 말할 것이다) 흔히 어린 애들한테 “산타할아버지는 없어!”라고 하면 “동심 지켜~!”하는 것 처럼, 해진의 안식처를 세훈이도 지키고 싶었겠지.. 어디든 기대고 싶었을 해진 선생님도 이해가 되고..
소설을 완성하고 있는 해진 선생님 주변을 맴돌며 갈등하는 세훈과 히카루를 보다가 문득 … 결국 다 너잖아? 뭐 속에서 싸우고 있는 지킬앤하이드 아니니? 흠 ‘내 마음까지 죽였어요’.. 🤔🤔
‘너도 그를 얻고.. 나도 그를 얻고..’
세훈의 진심이 뭐였을까.. 소설의 완성에 대한 욕심? 동경하는 선생님을 지키는 것? 1막 처음 ‘눈물이 나’ 넘버에서가 제일 세훈이 세훈 다웠다는 느낌이 있다. 순수하게 ‘작가 지망생’인 세훈이가 나의 아이돌 김해진 선생님을 좋아하고 따르면서, 아니 이러다가 세훈이가 해진 슨생님이랑 사랑에 빠지것어~ 뭔 내가 가수 덕질하듯이 해진 선생님 손가락 끝까지 덕질을 하네 싶더라 ㅋㅋㅋㅋㅋ 햇빛이 부서지는 … 정말 세훈이의 순수함에 내가 다 설레는 기분이었다..
아, 그리고 처음에 정세훈의 집안에 대한 표현이 슥~ 지나가는데 ‘오.. 친일파 집안?’했는데, 나무위키 읽어보니 진짜 그런 논란이 있긴 했다. 사실 뭐쩌고 저쩌고 학교 동급생을 때려팼느니 하는 복잡한 동기 없이 순수하게 ‘작가 지망생’만 했어도 극 전개에 전혀 문제가 없었을 것 같다. 히카루의 편지에서 ‘내지에서 살다 조선으로 건너온~’도 딱히 굳이 현실일 필요가 없었으니.. 정말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창작물을 만든다는 것은 피곤한 일인듯..
2. 팬레터 보면서 또 든 생각, 가사들이 너무 좋다.
표현들이 일제강점기 때의 순수예술 문인들의 컨셉이라 더더욱 그렇겠지? 해진의 편지에서 순수한 진심도 너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표현이 짧고 부족하여 죄송합니다.ㅎ) 참으로 먹먹한 것.. “편지의 주인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가사는 1막에서와 2막에서가 너무 의미가 달라서 안타까움을 더하는 듯 하다
그리고..
살아남기도 바쁜 세상에, 한가하게 시나 쓰느냐고들 하지
지금 문학이 무슨 의미냐고해, 나라가 이 지경인데 때려치워라,
따위 말들을 하지만 우리는 좀 간절했어
숨 쉴 여유를 찾고 싶어서
(중략) 캄캄한 밤 헤매일 때 영원을 구하는 한 줄 시가
시대의 가치가 아니다 누가 말할 수 있나
그리하여, 물결은 퍼지는 법. 나비 한마리에도 봄은 오듯이
나보다는 못하지만 소설가 김해진 어떨까~ (... 생략)
살아남기도 바쁜 세상에, 한가하게 소설 쓰느냐고들 하지
너희의 글은 무슨 의미냐, 혹은 이런 시도 미친 짓이니 때려치워라, 따위
말들을 하지만 부끄럽지 않나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number 7 lucky 7 우리에겐 특별한 숫자
이 도시에 있는 모더니스트의 수
가난해도 사랑은 알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올테니
어느 밤 어딘 가에 만나게 될 지친 마음에 사랑이 있다면
지금은 쓸모없다 말하지만 언젠가 우리 글이 읽힐 때가 올 거야
아무리 점령 당한 땅이라 해도, 예술마저 점령당할 수는 없잖아
그리하여 삭막한 이 도시에도, 조금은 낭만과 예술이 남기를
칠인회 선생님들이 부르는 Number 7, 노래 멜로디가 엄청 중독적인 것도 있지만 마지막 가사가 참 좋다.. ‘공연’이라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고, 전시회는 그래도 요즘 사람들이 많이 보러 가는 듯 하지만 예술에 큰 가치를 안 두는 비중이 여전히 크니까. 다들 삶에 여유와 낭만을 가지고 즐기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근데 나같아도 일제강점기든, 지금이든 내 주변의 누군가가 ‘순수예술’을 하겠다고 하면 “살아남기도 힘든 세상에 한가하게 ~”라는 말 딱 할 것 같긴 함.
3. 무대 대극장처럼 무대가 전환되고 그렇진 않다. 하지만 무대 뒤쪽 문풍지와 조명을 활용한 ‘실루엣’으로 많은 것을 표현한다. 처음엔 그저 앙상블st로 쓰지만 나중에는 히카루와 해진 선생님의 그림자로, 그들의 죽음으로 쓰이는 것 까지… 원고지 모양의 조명이 무대 바닥에 쏘아지고 그 위를 뛰어다니는 작가들까지..!
이런 걸 보면 정말 거창하지 않아도, 연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닫게 된다




뒤늦게 찾아보면서 알게 된 게 이규형 박준휘 강혜인 페어가 더이상 없을 거란…. ㅜㅅㅜ 뀨는 프레스콜 영상이 많이서 다행….이지만.. 내가 몬테 크리스토에서 인상깊게 본 준휘씨가 군대를 간다니..ㅋㅋㅋㅋㅋ 진즉에 잘 찾아볼걸(?),, 강혜인 배우도 웃는 남자, 태양의 노래 같은 여리녀리-한 역으로만 봐서 궁금하다
그래서 다음 예매한 건 김경수, 강혜인 페어인데 뀨도 한번 더 봐야겟어 후후..
아 맞다 한국 창작 뮤지컬이라는게 사실 또 놀랍기도 한데(일제강점기 배경 뮤지컬을 수입하겠니 바보야?) 국내 창작이 생각보다 프랑켄슈타인, 웃는 남자 등만 봐도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앞으로가 많이 기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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